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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골프 룰북 속 황당한 규칙들

골프 룰북 속 황당한 규칙들

골프는 세밀한 기술과 전략이 요구되는 스포츠지만, 동시에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독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골프 규칙은 R&A(Royal &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와 USGA(United States Golf Association)가 공동으로 제정하는데, 그 내용이 방대하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포함되어 있어 종종 황당한 규칙들이 존재한다.

골프 규칙은 경기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어떤 규칙들은 너무 지나치게 세부적이거나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골프 룰북 속에서도 특히 황당하다고 평가받는 규칙들을 소개하며, 그 배경과 실제 사례를 살펴본다.

골프 룰북 속 황당한 규칙들

1. 움직이는 공을 쳤을 경우 벌타 규정

골프에서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정지된 공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공이 완전히 멈추기 전에 스윙을 해서 공을 쳤다면 어떻게 될까?

규칙: 플레이어가 정지하지 않은 공을 고의로 쳤을 경우 2벌타가 부과된다. 그러나 공이 자연적인 요소(바람, 경사 등)로 인해 굴러가는 도중 실수로 쳤다면 1벌타만 적용된다.

황당한 이유: 공이 완전히 정지하지 않은 상태인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일부 선수들은 공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8년 US 오픈에서 필 미켈슨이 13번 홀에서 그린에서 굴러가는 공을 고의로 퍼팅해 2벌타를 받은 사건이 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벌타를 받더라도 멈추지 않는 공을 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논란이 되었다.

2. 벌레가 공을 움직이면 무벌타, 사람이 움직이면 벌타

골프에서는 공이 움직이는 원인이 중요하다. 특히 외부 요소에 의해 공이 움직일 경우 벌타 여부가 달라진다.

규칙:

  • 바람이나 벌레 같은 자연적인 요소로 공이 움직이면 벌타가 없다.
  • 하지만 플레이어가 실수로 공을 건드려 움직이면 1벌타가 부과된다.

황당한 이유: 벌레나 작은 곤충이 공을 밀어 움직이면 플레이어에게 책임이 없지만, 선수 본인이 실수로 공을 조금만 건드려도 벌타를 받는다. 이런 규칙은 특히 퍼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공을 건드린 경우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로 2016년 US 오픈에서 더스틴 존슨이 퍼팅을 하려다 공이 살짝 움직였는데, 심판들이 경기 후 벌타 여부를 논의하는 바람에 경기 도중 다른 선수들이 혼란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2019년 개정된 골프 룰에서는 플레이어가 의도적으로 공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3. 공이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면 벌타 없음

골프 경기 중 공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골프 규칙에 따르면 공이 특정한 위치에 들어갔을 때 벌타 여부가 달라진다.

규칙:

  • 공이 플레이어의 주머니나 신발 속으로 들어간 경우, 또는 경기자의 장비에 맞고 튕겨서 멈춘 경우에는 벌타 없이 드롭을 할 수 있다.
  • 그러나 다른 사람(캐디, 동반자 등)의 장비나 옷 속으로 들어가면 1벌타가 부과된다.

황당한 이유: 같은 공이라도 누구의 장비에 닿았느냐에 따라 벌타 여부가 달라지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 아마추어 경기에서 한 선수의 공이 그의 바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벌타 없이 드롭이 가능했다. 그러나 만약 같은 공이 동반자의 옷 속으로 들어갔다면 벌타를 받았을 것이다.

4. 해저드에 떨어진 공을 치기 위해 물속에 들어가면 신발을 벗어야 할까?

골프 코스에는 연못이나 강 같은 해저드 구역이 있으며, 공이 이곳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공이 물속에서도 칠 수 있는 깊이에 있다면, 그대로 샷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규칙: 공이 해저드 지역에 있는 경우, 플레이어는 그대로 샷을 할 수도 있고, 벌타를 받고 드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신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샷을 시도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 아니다.

황당한 이유: 일반적으로 골프는 깔끔한 복장과 매너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물속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샷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PGA 투어에서는 스페인 선수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샷을 했던 장면이 유명하다. 다만, 신발을 벗는 대신 특정한 장비를 사용해 공을 건지려고 하면 규칙 위반이 될 수도 있다.

5. 동물이 공을 훔쳐가면 무벌타

골프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동물에 의해 공이 움직이는 경우다.

규칙:

  • 만약 새, 다람쥐, 개 등 동물이 공을 물고 가거나 움직인 경우, 플레이어는 벌타 없이 원래 있던 위치 또는 가장 가까운 지점에 공을 드롭하고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다.
  • 하지만 플레이어가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하면 실격이 될 수도 있다.

황당한 이유: 공이 움직이는 원인에 따라 벌타 여부가 달라지는 점이 다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강한 바람이 공을 움직이면 원래 자리에서 그대로 플레이해야 하지만, 다람쥐가 공을 물고 가면 벌타 없이 드롭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2012년 한 골프 대회에서 갈매기가 공을 물고 가서 다른 곳에 떨어뜨린 사건이 있었는데, 선수는 벌타 없이 공을 원래 자리로 되돌릴 수 있었다.

마무리

골프는 전통적인 스포츠인 만큼 세부적인 규칙이 많고, 상황에 따라 예외 조항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부 규칙들은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렵거나 지나치게 세밀한 차이로 벌타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공이 벌레에 의해 움직일 경우와 사람이 실수로 건드렸을 경우의 차이, 동물과 바람이 공을 움직였을 때의 다른 판정 등은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황당한 규칙들은 골프의 긴 역사와 다양한 경기 환경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례를 반영한 결과다. 앞으로도 골프 규칙은 시대에 맞게 변화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황당한 상황들이 계속 등장할 가능성은 높다.